에너지대전환의 시대, 전력사업 환경은 어느 때보다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시도가 회사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업소 역시 기존의 필수 업무를 효율화하는 동시에 분산전원 관리, 전력설비 적기건설, 신사업 추진 등 새로운 영역을 소화하기 위한 고민이 한창이다. 제주본부는 본사 주관의 조직효율화 논의가 이루어진 이래 전사 최초로 직제규정 개정을 완료하고 10월 1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제주본부의 조직개편 과정과 의미를 살펴본다.

환경 변화 대응력과
전문성을 갖춘 조직으로의 변화, 조직개편
제주본부는 전국 지역본부 중 유일하게 전력사업처와 전력관리처 직제 없이 기획관리실과 송변전운영실로 운영돼 왔다. 고객, 요금, 배전업무 담당 부서들을 총괄하는 전력사업처가 없는 상태로, 고객지원부 등의 여러 부서들이 본부 직할 소속으로 운영되었다. 기획관리실, 전력사업처, 전력관리처의 3처(실) 직제를 타 지역본부와 동일하게 갖추어 조직을 체계화하고자 하는 요구는 계속 존재해 왔지만, 제주본부는 타 지역에 비해 고객호수와 판매량 면에서 규모가 작은 데다 인력을 본부 밖에서 충원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이러한 조직 형태가 수십 년간 지속되었다.
그러나 최근 제주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심화되며 제주-육지 간의 세 번째 전력 연계선인 #3 HVDC의 상업운전을 앞두는 등 제주본부만의 현안 과제들에 직면하면서 조직 변화의 필요성이 점차 강해졌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제주본부는 2023년 10월 조직개편 TF를 발족해 개편안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 노사협의, 본사 관련 처실의 검토 등을 거쳐 직제 신설·통합, 사업소 축소·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조직개편안을 실행했다.

전력사업처 신설과
서귀포지사 축소
제주에서는 급증하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해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로 인한 재생에너지 계통 연계, 인버터 성능 개선, 비상대응반 운영, 유연성 설비 구축 등 분산전원 관련 업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2024년부터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배전계통운영자(DSO)로서의 역할도 강조되기 시작했다.
제주본부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분산전원 정책 대응을 전담하는 ‘배전망사업부’를 신설하기로 하고 제주도 전 지역의 분산전원 연계를 위한 용량검토와 분산전원 투자계획, 계획공사 등을 전담하도록 했다. 또한 에너지정책 관련 대관업무와 신사업 업무를 전담할 수요혁신팀과,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시행할 배전계통팀도 각각 에너지효율부와 배전운영부에 신설했다.
이와 같이 본부 현안 대응을 위한 부서, 팀 신설과 함께 ‘전력사업처’를 신설하여 제주본부 직할 소속이었던 고객지원부, 요금관리부 등 5개 부서와 신설된 배전망사업부를 전력사업처로 통합했다. 이를 위해 서귀포지사는 2급에서 3급으로 조직을 축소하고 정원 조정을 시행했다. 신설된 배전망사업부의 분산전원 관련 업무뿐 아니라 전기요금 고압채권 관리, 전력피해변상금 회수, 에너지효율향상사업, PPA, 배전선로 이설, 고객만족도 관리 등 서귀포지사의 업무 일부를 본부의 전력사업처로 통합하여, 관할 구역에 따라 각각 시행하던 업무를 본부에서 통합 시행함으로써 효율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했다.


전력관리처 신설과
전력지사 폐지
제주도의 발전설비는 전국의 약 1.6%에 불과하지만, 제주 전력계통은 육지와는 달리 독립된 전력계통으로 인한 취약성을 가진다. 제주본부는 전력관리처 신설을 통해 제주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자 했다. 제주본부 소속의 유일한 전력지사인 제주전력지사를 폐지하고, 기존의 송변전운영실과 통합해 전력관리처를 신설했다. 전력관리처에서 계통·설비 감시와 운영을 총괄 시행해 지휘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전력관리처 내 송변전부는 송전운영부와 변전운영부로 분리하여 전문성을 높였다.
완도-제주 간 연계를 앞두고 2024년 9월 시운전 중인 #3 HVDC 운영을 위해 관련 조직 정비도 시행했다. HVDC부 내에서 각각 #1 HVDC와 #2 HVDC를 담당하던 변환1팀과 변환2팀 체제를 변환운영팀과 변환정비팀으로 재편했으며, 변환운영팀에서 #3 HVDC의 변환설비인 동제주변환소를 전담 운영하여 신설 HVDC의 연계와 상업운전 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할 계획이다.

대화와 소통,
노사화합과 결단으로 만들어낸 조직개편
조직개편을 통해 제주본부의 숙원이던 전력관리처와 전력사업처 신설을 이루어냈지만, 사업소 일부 조직은 폐지되거나 축소되기도 했다. 2년여에 걸친 조직개편 과정에서 조직 폐지와 축소, 통폐합에 대한 거부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전사적으로 전례가 없던 상황에서 조직개편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시기도 있었으며, 세부사항 결정과 실행과정상의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했다.
그러나 초기 단계인 작년 10월부터 각 분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조직개편 T/F를 운영하여 부서별, 조직별로 의견수렴을 세밀하게 거쳤으며, 노조를 대상으로 한 3회의 사전 공청회와 2회의 사업소 전 직원 대상 공청회를 시행함으로써 정원조정에 대한 이견을 좁혀 나갔다. 이관업무와 인원 세부조정에 관한 소규모 간담회도 수차례 진행했다. 또한 제주본부 노조에서는 자체 T/F를 별도 운영해 조직개편안을 검토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본부 전 직원에 대한 설명회를 시행하여 개편안에 대한 최종 노사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그 밖에 사옥 공사와 이사, 사무실 이전, OA설비 공사를 공정에 맞춰 진행하는 한편, 원활한 업무이관을 위한 영배시스템, ERP시스템 정비와 예산·권한 이관 등의 사전 작업도 주기적인 T/F 실무회의를 거쳐 준비한 결과, 10월 1일 조직개편이 순조롭게 시행되었다.
제주본부의 조직개편은 회사의 위기와 문제를 앞장서 해결하고 스스로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주인의식의 결과물이다. 혁신의 의지와 공감대 형성을 위한 끊임없는 소통 노력, 그리고 회사의 미래를 위한 노조의 과감한 결단이 합해져 만들어낸 전사 최초의 조직개편이 앞으로 전사적인 조직효율화의 지침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