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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장인이다

PART 1.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

‘직장인 광기’란 말이 있다. 여기서 ‘광기’란 무언가에 눈빛이 은은하게 돌아 있다는 의미의 유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오나 폭염이 오나 정시 출근을 위해 오늘도 지옥철에 몸을 싣는 K-직장인들. 어떠한 일이 닥쳐도 출근하는 이들을 향해 ‘좀비 사태가 터져도 출근할 게 분명하다’고 할 정도인데, 재미있는 사실은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1990년대 여름, 폭우로 도시가 성인 남성의 가슴까지 물에 잠겼지만 K-직장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물을 헤치며 출근길에 올랐다. 그렇다고 해서 K-직장인들이 출근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2022년 벼룩시장의 조사를 따르면, 10명 중 8명의 직장인이 출근 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월요병’과 ‘출근하기싫어병’ 중증임에도 불구하고 ‘광기’ 하나로 K-직장인은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한다.

편집실 

PART 2.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는 ‘출근에서 퇴근까지’

9 to 6. 직장인들이 근무하는 시간이다. 하루 중 3분의 1을 회사에서 보내는 만큼 조직문화는 직장인 삶의 질을 좌지우지한다. 실제로 직장인의 이직·퇴사의 주요 원인은 ‘조직문화’다. 2022년 동아일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려 59.6%가 조직문화 때문에 이직·퇴사를 고려하거나 실행했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조직문화가 바뀌고 있다. 주6일제에서 주5일제로, 9시 출근에서 유연 출근제로, 사무실 근무에서 재택근무로 변화하고 있는 것. 여기에 시대상에 따라 평생 직장에서 평생 직업으로, 그리고 본업만 잘하면 되던 원잡(One Job)에서 N잡러로 직장인들의 문화도 바뀌고 있다.

조직문화의 변화가 가져온 현상

MZ세대에게는 주5일 근무가 익숙하겠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주6일 근무가 기본이었다. 쉬는 날은 오로지 일요일 단 하루뿐. 대신 토요일은 오전 근무가 주를 이어 ‘반공일(半空日)’이라고 불렸다. 달력에 토요일이 휴일을 의미하는 빨간색이 아닌 파란색으로 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격적으로 주5일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때는 2000년이다. 이후 7년에 걸쳐 주5일제 도입이 사회 전반에 스며들었다.
그렇다면 주5일제 도입으로 조직문화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우선 여가 시간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그 덕분에 직장인 사이에서 금요일 밤에 출발해 일요일에 돌아오는 ‘도깨비 여행(틈새 여행)’이 뜨기 시작했고, 금요일에 밤새도록 노는 ‘불금’ 문화가 생겼다. 이후 오랫동안 조직문화는 변화의 기점을 맞이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9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이는 사회 전반적인 문화에 ‘비대면’이라는 키워드를 떠오르게 했는데, 조직문화도 마찬가지다. 이 시기부터 유연근무제 등 근무 형태가 본격적으로 변화한 것.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기업 3곳 중 1곳이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 원격근무 방식을 도입했다. 특히 코로나19 이전보다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연근무제 활성화의 결과는 ‘효율성’ 중시로 나타났다. 잔디, 플로우, 노션 등 업무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최근의 추세만 봐도 알 수 있다. 대면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던 문화가 비대면으로 바뀌게 되면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졌고, 이를 구성원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업무 틀이 떠오르게 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시대상에 따라 변화된 직장인 문화

주5일제, 유연근무제 등으로 조직문화만 바뀐 게 아니다. 시대가 흐르면서 개인화의 흐름이 강해지면서 직장인 문화가 다양해졌다. 두드러진 특징은 ‘평생 직장’이라는 단어가 직장인들에게 힘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한 직장에 오래 다니는 것이 더 이상 미덕이 아니게 됐다.
그와 동시에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면서 연봉을 올리는 프로이직러가 선망의 대상이 되면서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이 떠올랐다. 평생 나를 먹여 살릴 1~2개의 직업만 있다면 직장이 어디든 상관이 없어졌다. 이는 개인보다 조직이 중요시되었던 과거에서 개인이 조직보다 중요시 여기게 된 현상에 기인한다. 더 이상 한 조직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한 회사에서 월급 받으며 본업 생활을 하던 직장인들이 퇴근 후의 개인 시간에 부수적인 일을 해 부가 수익을 얻는 N잡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23년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응답자 중 무려 89.0%가 N잡을 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으며 50대 이상이 43.1%로 가장 높았다. 개인 시간을 활용해 부가 수익을 얻는다는 점에서 N잡러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도 보여준다. 하나의 일자리로 가정을 꾸려 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경기가 안 좋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출근에서 퇴근까지 9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K-직장인들. 시대가 바뀜에 따라 조직문화도 많이 달라졌고, K-직장인들의 삶 또한 달라졌다. 앞으로 K-직장인들이 맞이할 삶의 변혁은 무엇일까?

편집실

PART 3. 상황에 따른 연차별 직장인 반응은?

신입일 때, 어떤 일이든 잘해낼 수 있을 것으로 여겼던 K-직장인들. 하지만 일에 치이고 가정에 치이면서 연차가 쌓일수록 업무 노하우도 노하우지만 노련미(?)도 얻었다. 신입이라 할 수 있는 1년 차와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 3년 차, 그리고 일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6년 차 직장인의 웃픈 상황별 반응을 카툰으로 만나보자.

강초희 사진이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