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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강자’ 모토로라,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다

“헬로 모토(Hello Moto)!”. 1990년대 모토로라의 광고 문구다. 당시 세계를 주름잡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목소리를 빌려 전파를 탄 이 한 마디는 모토로라의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당시 무전기를 비롯해 ‘삐삐’로 불린 개인용 호출기에 이어 스타택, 레이저 등 돌풍을 일으킨 휴대폰 모델을 앞세워 모토로라는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모토로라는 점점 잊혀졌다. ‘왕년의 강자’로 역사 속에 사라질 것만 같았던 모토로라. 그들이 최근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

지구의 발전과 함께한 모토로라

모토로라(Motorola)는 지난 1928년 폴 갤빈(Paul Galvin)이 설립한 이후 당시 큼지막한 배터리로만 작동하던 라디오를 가정용 전기로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류기(Eliminator)를 생산, 제품으로 출시하며 혁신을 가져왔다. 1930년대에는 자동차의 발전과 더불어 차량용 라디오를 개발해 다시 한번 도약에 성공했는데, 당시 판매한 제품의 상표가 지금의 모토로라다. 모토로라는 1947년부터 회사의 정식 명칭으로 사용됐다.
2차 세계대전에서도 모토로라의 존재감은 빛났다. 휴대용 핸디토키(Handie-Talkie) 혹은 워키토키(Walkie-Talkie)라 불리는 무선통신기기를 개발해 연합군의 승리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 이후 모토로라는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고체전자공학(Solidstate Electronics)연구소를 설립했고, 1950년대 말 애리조나주에 첫 번째 반도체 제조공장을 세웠다.
이후 1960년대에는 미국 우주 개발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모토로라는 우주선의 통신장비와 설비를 도맡았다. 1969년 달에 착륙해 “인간의 작은 발걸음 하나지만 인류에게는 큰 발걸음”이라고 말한 닐 암스트롱의 육성을 지구에 전달한 것도 바로 모토로라다.

휴대전화로 맛본 ‘흥망성쇠’

모토로라는 무전기와 통신장비 등으로 성장한 이후 과감한 사업분야 정리에 나섰다. 컬러 TV, 오디오 기기 등의 가전제품 시장을 철수하고 기술 집약도가 높은 통신, 특히 이동통신단말기(휴대전화) 시장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모토로라는 처음으로 선보인 휴대전화 모델 다이나택 8000X(DynaTAC 8000X)를 시작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브이닷(V.)과 스타택(StarTAC), 레이저(RAZR)와 같은 히트상품을 연이어 만들어 냈다. 1990년대 시장을 주름잡던 모토로라는 2000년대 노키아와 함께 세계 휴대폰 시장의 양대 강자로 불릴 정도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시장의 흐름이 급격하게 넘어가면서 모토로라는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진을 거듭했다. 모토로라 역시 안드로이드 기반의 자사 스마트폰들을 출시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그러나 애플 아이폰의 빠른 성장에 모토로라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좀처럼 힘쓰지 못했고, 결국 모토로라에 위기가 찾아왔다. 2011년 모토로라의 모바일 산업은 모토로라 모빌리티, 무전기 솔루션 분야는 모토로라 솔루션스로 분할됐다. 미국 구글에 매각된 이후 2014년에는 중국기업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인수하게 된다.

보안 현장에서 모토로라 솔루션스의 다양한 장비들이 사용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운 모토로라, 보안사업으로 ‘기사회생’

스마트폰 시대에서 도태된 모토로라는 뜻밖의 영역에서 해답을 찾았다. 그곳은 바로 ‘보안 시장’이다. 2011년 경영위기로 분할된 모토로라 솔루션스는 보안시장에서 폐쇄회로(CC) TV, 무전기, 재난 통신망 사업에서 서구권 1위를 기록하면서 세계 보안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모토로라는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기 시장을 개척하기 이전 이미 다양한 통신망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특히 경쟁력을 입증한 부분은 기술력과 더불어 내구성이다.
이미 과거 세계 2차대전을 통해 전쟁용 통신기기를 납품한 모토로라의 기술력은 극한 환경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전쟁을 버틴 내구성은 지진과 화재를 충분히 견뎌냈고, 일반 통신망이 파괴되더라도 튼튼하게 작동되는 것은 모토로라 솔루션이 유일했다. 모토로라 솔루션은 일반 무전기를 넘어, 경찰들이 몸에 부착하는 ‘바디캠’ 등 다양한 현장 감시장비까지 선보이며 보안의 전반을 아우르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모토로라는 경찰, 소방당국, 정부 등을 상대로 계약을 맺는 등 탄탄한 공급망을 갖추면서 성장 중이다. 모토로라 솔루션의 지난해 매출은 100억 달러(약 13조 8,000억 원), 영업익은 약 23억 달러(약 3조 1,742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장하던 스마트폰에서 실패를 맛본 모토로라가 정보기술과 통신망을 활용한 미래기술로 다시금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기업의 존폐를 걱정하던 모토로라가 기적처럼 살아났다. 보안 솔루션 분야에서 해답을 찾은 모토로라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김동현 컨슈머타임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