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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는 가족이어라

책, 영화, 전시 등 문화예술 콘텐츠를 통해 삶에 유용한 영감과 지혜를 얻는 한전인의 ‘Talk’ 시간. 동청주지사와 함께 가족의 연대를 그린 연극 <만리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 눴다.

  PANEL

김규환

동청주지사 전력공급부 사원

2022년 4월에 입사해 이제 약 2년 4개월 넘은 새내기 김규환 사원. 배전 신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그는 현장조사 및 배전공사 관리감독을 하면서 새내기답지 않은 능숙함을 뽐내고 있다. 평소에 연극은 물론 영화, 드라마도 잘 보지 않는 편이었지만 이번 기회로 취미생활의 영역을 넓혀보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이교영

동청주지사 고객지원부 사원

계획적이고 책임감 있는 성격으로, MBTI도 ISTJ라는 이교영 사원은 신규 저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일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밖에 안되어 배울 것도, 새로운 것도 많지만 전기 사용의 첫 단계를 맡고 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연극은 접한 적이 몇 번 없는 데다 소극장에서의 공연은 처음이라 <만리향> 관람에 기대감을 품었다.

이혜미

동청주지사 요금관리부 사원

요금 조정과 전기사용계약 위반 처리 업무를 맡고 있는 이혜미 사원은 고압전력 사용고객의 정기검침 일부터 요금 확정 날까지 약 5일간 잘못된 검침을 찾고, 요금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를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고. 다소 딱딱한 업무와 달리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에 상상력이 풍부해 상대방의 감정에 곧잘 공감하는 편이다.

정회창

동청주지사 요금관리부 사원

홀로 하는 취미를 즐기며, 피아노연주, 독서 등을 좋아했다는 정회창 사원. 회사생활을 하면서 성향이 바뀌었다. 댄스학원에서 춤을 배울 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서핑과 스노클링을 하는 등 몸을 직접 움직이는 활발한 취미를 즐기고 있다고. 이번 ‘TALK’ 참여를 통해 충주에도 자랑할 만한 지역 극단이 있음을 알게 돼 기뻤단다.

김규환

전국적으로 이름난 중국집의 사장이자 주방장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첫째가 가업을 이어받았지만, 가세는 점차 기울고 가족들 사이는 계속해서 멀어져 가는 게 현실적 이었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 실종됐던 막냇동생을 어머니가 봤다는 이야기에 가족들이 합심하게 되는데요. 다시 가족이 모여 묵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 때로는 화내기도 하고 때로는 웃기도 하는 장면 등을 통해 가족들의 사이가 회복되는 모습이 가슴 따뜻해졌습니다.
저에게도 역시 가족이 있는데요. 서로 바빠서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어서 아쉽습니다. 가끔 마주앉아 식사할 땐 가족으로서의 애틋함을 느끼거든요.

이교영

실종된 막냇동생을 봤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가족 간 다툼이 더욱 깊어지지만, 가짜 굿판으로 서로의 아픔을 드러내면서 따뜻한 화해가 이뤄지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일상적인 가족 문제를 코믹하게 표현하면서도 감동을 주었고, 결국 가족이란 서로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굿판을 벌이면서 어머니가 “막내딸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만 알게 해달라”고 말한 게 기억에 남는데요. 오랜 상처와 갈등 속에서도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깊은 애정을 절절하게 보여준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짧은 대사였지만, 그 안에 담긴 어머니의 절망과 간절함이 강하게 와 닿았고, 가족 간의 복잡한 감정을 선명하게 드러낸 장면이었습니다

이혜미

제목이 ‘만리향’이라는 점에서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작품을 볼 때는 사전조사를 하지 않고, 감상한 뒤에 의미를 생각하는 편이라 단순히 중식당 이름을 제목으로 썼나 하고 넘겼는데요. 연극을 다 보고 난 뒤 ‘만리향’이라고 제목을 지은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단순한 중식당 이름이 아니라 가족이 싸우고 울고 웃으며 함께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가족의 결합을 위한 과정을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장치였습니다. 저에게 있어 가족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 같다가도,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모순덩어리입니다. 하지만 가족들 덕분에 하지 못할 일들도 해낼 수 있는 때가 분명 있습니다. 그게 가족의 힘 아닐까 연극을 보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정회창

어머니가 굿판이 가짜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진짜 굿을 하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진짜 무당을 부르지는 못하고 딸의 친구에게 무당 역할을 하게 해 가짜 굿판을 벌인 사실을 어머니는 이미 알고 있었더라고요. 하지만 자식들의 정성에 모른 척하고 있었음을 마지막에 얘기하는 장면에서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그와 함께 ‘가족’도요. 저에게 가족은 집 같은 존재거든요. 물리적인 집이 있더라도 가족들이 없으면 그 집은 ‘집’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가족만 있으면 어디든 ‘집’일 수 있는 것이죠.

김규환

최근 차를 새로 살 일이 있어서 아버지와 얘기를 했습니다. 아버지는 좀 더 적당한 차를 사기를 원했고, 저는 젊었을 때 한번 좋은 차를 타보고 싶어서 가격대를 높게 잡았습니다. 서로의 의견이 안맞아 조금 언성도 높아졌지만, 결국 저나 아버지나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타협점을 찾아서 적당한 차를 사게 되었습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가족 간의 갈등은 발생하면 확실히 골치 아픈 것 같긴해요. 하지만 해결하면 그 누구보다 사이가 좋아진다는 장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연극을 보면서 가족들과의 물리적 거리는 중요하지 않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표현을 잘 못 해도 마음속으로는 누구보다 가족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도요. 저 역시 앞으로 가족에게 더욱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이교영

연극을 통해 가족에 대한 시선이 더 깊어졌습니다. 이전에는 가족을 ‘당연한 존재’라고 여겼다면, <만리향>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관계’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갈등이 생기더라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고, 가족이란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과 배려가 필요한 관계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연극이라는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연극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혜미

최근 어머니와 함께 영화를 보면서 사소한 다툼이 있었는데요. 영화가 끝난 후 비가 많이 내리고 있더라고요. 우여곡절 끝에 우산을 구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우산을 양보한 어머니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만리향>을 보고 난 후였기에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이해심 등이 한층 넓어진 상황이었죠. 한 발자국 물러나 어머니를 바라보니 많이 베푸시고 사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알겠더라고요. 그 덕분에 어머니를 이해해 화해하게 됐습니다.

정회창

성인이 된 이후에는 어머니의 의견을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은퇴하신 어르신이 되셨고, 사회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저보다 더 많아지셨으며, 병원도 혼자서는 잘 가지 못하세요. 지병으로 인하여 서울의 병원에 갈 때도 제 차로 항상 모시고 간답니다. 그럴 때마다 ‘보호자의 위치가 서로 바뀌었 구나’ 생각해요. 제가 어릴 때는 어머니께서 같이 가주시고 데리러 오고 하셨는데, 최근엔 제가 그러고 있으니까요. 이번 연극을 보며 어머니를 좀 더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어머니의 사소한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요.

편집실